사주를 공부하고 상담을 하다 보면, 학문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나는 직업상 힘든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심지어 고독사하는 분들도 많이 보아왔다. '조금만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주로 건강을 알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정확성에 나 자신도 놀랄 때가 많다. 사주는 음양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음양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건강에 대한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보다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임상 경험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양만 읽어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주 공부의 첫걸음은 음양에서 시작한다. 그다음이 오행, 간지 순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주를 풀이하는 사람들을 보면, 십신(일본식 표현인 십성은 맞지 않는 표현이다)만 보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가장 중요한 음양과 간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담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신살까지 덧붙여 상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상담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생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말기 암 환자처럼 이미 건강 상태가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 멀쩡한 사람에게 "언제 죽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확률적으로 반반이기 때문에 상담자가 어떤 말을 해도 맞는 말이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조심해라!"라고 말한 후, 만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조심하라고 해서 안 죽은 것"이 되고, 만약 일이 생기면 "내 말이 맞았다"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0대 청년의 건강 상담
얼마 전, 20대 중반의 청년이 상담을 신청했다. 그의 질문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저는 언제 죽을까요?"
사주를 풀어보니, 병신일주에 월지는 축, 년지는 진이었다. 대운을 보니 초년부터 열기가 강하게 들어와 있었고, 소화불량이나 장질환 같은 소화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또한, 대운의 음양 변화기에 건강 문제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소화기 계통, 특히 위나 장 쪽으로 문제가 있고, 22살 정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나요?"
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식도와 위 전체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진단받았어요. 그리고 정말 이상한 게, 정확히 22살 때부터 증상이 심해졌어요."
사실, 같은 사주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같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주에서 보이는 흐름과 실제 병증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음양의 변화가 큰 시점에 건강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청년에게도 "앞으로 음양이 바뀌는 시기에는 건강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계속해서 "그래서 저는 언제 죽나요?"라고 물었다. 마치 죽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은 그럴 일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특히 중년 이후로는 지금보다 더 안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제야 그는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상담을 마치면서, 나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주는 운명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해진 미래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주를 활용해 건강을 관리하고,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상담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그 운명을 너무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사주는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길잡이여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주를 통해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대비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